보건복지부의 ‘2017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성인 2000명 중 82.8%가 고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매우 심각하다’가 20.7%, ‘어느 정도 심각하다’가 62.1%로 국민 10명 중 8명이 고령화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노후에 중요한 사항으로는 ‘경제적 안정 및 여유’(39.3%)가1순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1순위였던 ‘건강(38.0%)’은 2위로 밀렸다. 이어 일자리(6.9%), 이웃 또는 친구와의 관계(6.0%), 취미와 자원봉사 등 여가활동(4.9%), 가족(4.4%) 순이었다. 돈 문제가 건강을 제치고 노후 걱정거리 1위로 부상한 것이다.
A씨(54세) 역시 마찬가지다. 25년 동안이나 직장생활을 했지만 노후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자녀교육과 내집마련 등에 돈을 쏟아 붓느라 부부의 노후준비에는 소홀했던 탓이다. 게다가 법정 정년연령 60세 시대를 맞이했지만 요즘 회사 분위기는 구조조정 문제로 음산하기 짝이 없다. 특히 A씨처럼 50대 중반에 접어든 직원일수록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A씨에게 금전적으로 평안한 노후는 남의 이야기일 뿐일까? <그림1>에 제시되어 있는 7단계 노후 소득흐름 파악방법을 활용해 A씨의 은퇴 후 소득흐름을 추정하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1단계는 노후자금원과 은퇴기간에 대한 현황파악이다. 현재 A씨의 노후자금원은 국민연금과 시가 5억원 정도의 아파트 한 채, 퇴직연금 2억과 두 자녀(고1, 고3)의 대학학자금 용도로 모아놓은 8천만원 정도의 예금이 전부다.
다음은 A씨의 은퇴기간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은퇴기간의 속성이다. 최근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A씨는 60세에 은퇴를 하더라도 90세까지 살 가능성이 높다. 은퇴기간이 현역생활 기간과 비슷한 30여년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 30년은 동일한 30년이 아니다.
흔히 75세를 기준으로 그 이전을 전기노인, 그 이후를 후기노인이라 칭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처럼 즐기는 은퇴생활은 아마도 전기노인 시기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이 시기에는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후기노인 시기에는 몸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청구서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긴 하지만 그 금액이 전기노인 시기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보다는 많기 어렵다. A씨처럼 5년 갱신형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이처럼 고령화시대의 은퇴기는 활동면이나 지출면에서 매우 다이내믹하다.
2단계는 은퇴 후 라이프스타일 정하기다. 어떤 삶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은퇴 생활비 규모는 물론 시기별로 지출되는 금액도 달라진다. A씨는 은퇴 이후 그동안 미뤄왔던 국내외 여행, 친구 부부와의 라운딩, 부인이 좋아하는 뮤지컬 관람 등의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은퇴기간의 속성을 감안해 A씨의 은퇴기 동안 월 생활비로는 얼마를 책정하면 될까?
A씨는 현재 월 생활비로 50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녀 교육 및 양육과 관련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비용을 빼면 대략 250만원 정도가 부부 생활비 및 관리비, 공과금 등에 소용되는 금액이다. 이 비용은 은퇴 전반기(75세 이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은퇴 후 꿈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금액을 추가하면 A씨의 월 생활비를 추정할 수 있다. 국내여행 월1회, 뮤지컬ㆍ연극 관람 등 문화생활 분기 1~2회, 해외여행 연 1~2회를 기본으로 하여 대략 월 150만원 정도를 책정하자. 여기에는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A씨의 은퇴 전반기에 필요한 월 생활비는 약 400만원이다. 은퇴 후반기에는 사회활동의 축소와 삶의 다운사이징 등의 영향으로 필요 생활비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일단150만원이 들던 꿈 실현 등의 비용을 50만원 정도로 줄이고, 일반 생활비 역시 200만원 선에 맞추면 월 생활비 총액은 250만원으로 감소한다.
다음은 공적보장제도와 개인적으로 모아 놓은 노후자금원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소득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3단계와 4단계를 묶어 살펴보기로 한다. A씨가 지금까지 노후자금으로 모은 돈으로 노후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을까?
먼저 은퇴 전반기부터 보자. 우선 60세까지 계속 납입한다는 전제 하에 국민연금에서 130만원을 확보했다. 아직 270만원이 부족하다. 다음 고려사항은 퇴직연금이다. A씨는 입사 후 쭉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만 근무했고, 한 번도 중간정산을 하지 않았다. 이 결과 지금까지 퇴직연금(확정급여형)에 적립되어 있는 금액은 약 2억원 정도다(앞으로의 근무기간에 따라 증가하는 퇴직연금액과 저축분은 은퇴 후에서 국민연금수령시점까지의 소득공백기를 매우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이 부분은 제외). 2억원의 일시금을 연금식으로 매달 일정 소득흐름을 창출하는 방식에는 일시납즉시연금, 월지급식펀드, 연금형 예금 등이 있다. 각 상품은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A씨의 경우 보다 안정적인 소득창출을 원하므로 일시납즉시연금에 가입해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했다. 일시납즉시연금은 공시이율과 연금수령 방식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매우 복잡한 상품이다. 일단 지금이 금리상승기에 있고 5년 뒤 은퇴한다는 점을 고려해 공시이율을 3.3%로 가정하고, 은퇴 전반기에 더 많은 소득흐름을 창출하기로 하고, 자신의 노후를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듯 자식에게 장례비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 결과 종신연금형의 15년 조기집중형에 가입하는 것으로 했다. 이 경우 60세부터 15년 동안은 매달 약 120만원을 수령하고 그 이후부터 사망시까지는 약 60만원을 받게 된다. 이렇게 해도 은퇴전반기에 필요한 금액에서 여전히 150만원(270만원-120만원)이 부족하다.
5단계는 주택을 활용한 소득흐름 창출이다. 여기에는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과 주택 규모를 줄여 임대소득을 창출하는 방법 등이 있다. A씨의 경우 주택연금만을 고려대상으로 하여 살펴본다. 현재의 주택가격과 2018년 3월 2일 기준 주택연금 월지급금 예시를 기준으로 A씨가 60세 때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는 가정 하에 예상되는 주택연금액은 종신지급방식 정액형의 경우 약 100만원, 확정기간 혼합방식 15년형의 경우 약 148만원이다.
결국 A씨는 15년 확정기간 혼합방식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씨의 경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지금까지 자신이 준비했던 노후자금원으로 은퇴전반기를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6단계와 7단계는 리뷰와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이다. A씨는 5단계를 거치면서 은퇴 전반기의 급한 불은 일단 끈 셈이다. A씨의 은퇴 후반기는 어떨까?
A씨가 은퇴후반기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 월 생활비는 250만원이었다. 국민연금에서 약 130만원, 일시납즉시연금에서 약 60만원이 나오므로 부족분은 60만원이다. 확정기간 혼합방식을 선택했으므로 주택연금에서는 더 이상 연금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은퇴후반기 월 생활비를 190만원으로 줄이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 60만원을 보충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2억원의 퇴직연금 중 절반을 월지급식펀드 같은 투자형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다소간의 투자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A씨에게 남은 과제는 은퇴전반기 생활비 규모를 조금 줄여 은퇴후반기에 대비하거나,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추구 운용전략을 취하거나, 은퇴후반기 생활비 규모를 계획 대비 24%(60만원) 줄이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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