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내 퇴직급여, 누가 굴리고 어디로 가나요?
등록: 2026.10.08




이직이나 퇴직을 앞두고 받게 되는 퇴직급여는 직장인에게 중요한 목돈입니다. 당장 필요한 생활자금일 수도 있고, 앞으로의 노후자금으로 이어 갈 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준비하다 보면 여러 궁금증이 생깁니다. 퇴직급여를 월급통장으로 바로 받을 수 있는지, 전 직장에서 쌓인 퇴직급여가 새 회사로 바로 넘어가는지, 이미 가지고 있는 IRP로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입니다.

이직하는 순간에는 두 가지 일이 함께 일어납니다. 전 직장에서 쌓인 퇴직급여를 정산해 받아야 하고, 새 회사에서는 새로운 퇴직급여가 다시 쌓이기 시작합니다.
한도윤 씨처럼 만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 퇴직급여는 반드시 퇴직자가 지정하는 IRP로 이전됩니다. 그리고 새 회사에 입사하면, 전 직장분과는 별개로 새 회사의 제도와 규약에 따라 퇴직급여가 새로 쌓입니다. 즉, 전 직장에서 쌓인 돈이 새 회사 계정으로 자동으로 합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직은 단순히 퇴직급여를 받는 순간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목돈과 앞으로 이어 갈 노후자금 사이에서, 내 퇴직급여를 어떻게 이어 관리할지 정리하는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내 퇴직급여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는지, 누가 운용하는지, 퇴직하면 그 돈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직을 앞두고 퇴직급여가 궁금하다면, 먼저 회사에 문의해 볼 수도 있고 고용노동부 퇴직금 계산기에서 입사일, 퇴직 예정일, 최근 임금 정보를 넣어 예상 금액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의계산을 해 보면 "내가 재직기간 동안 쌓은 퇴직급여가 얼마나 되는지"를 대략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도윤 씨처럼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한 경우에는 퇴직급여가 꽤 큰 목돈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모의계산이 실제로 받게 되는 퇴직급여와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퇴직급여 모의계산을 할 때 사용한 급여 항목이나 중간정산 여부, 퇴직 예정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급여는 보통 퇴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평균임금과 계속 일한 기간을 바탕으로 정해집니다. 법에서는 계속근로기간 1년마다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급여를 정합니다.

여기서 1일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눈 금액입니다.

다만 이 계산식을 직접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한도윤 씨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앱이나 계산기에 나온 숫자가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나온 것인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으로 나뉩니다. 이름이 어렵게 들리지만, 먼저 "무엇이 확정됐나"만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확정급여형은 근로자가 나중에 받을 퇴직급여의 기준이 먼저 정해진 제도입니다. 그래서 '급여가 확정됐다'는 뜻에서 확정급여형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근로자 퇴직연금을 위해 넣어야 할 부담금의 기준이 먼저 정해진 제도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기여', 즉 회사가 계정에 넣어야 할 돈이 확정됐다는 뜻에서 확정기여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기여'는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회사가 근로자별 퇴직연금 계정에 넣는 부담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확정급여형은 영어로 Defined Benefit으로 보통 DB형이라고 부르고, 확정기여형은 Defined Contribution으로 DC형이라고 부릅니다.

한도윤 씨의 현재 회사는 DB형이고, 새 회사는 DC형입니다.
DB형에서는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합니다. 그래서 한도윤 씨가 퇴직연금 앱에서 예상액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 돈을 어떤 상품에 넣을지는 회사가 결정합니다.
DC형에서는 회사가 한도윤 씨 계정에 부담금을 넣고, 그 돈의 운용은 한도윤 씨가 결정합니다. 회사는 매년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도윤 씨의 연간 임금총액이 4,800만 원이라면, 회사는 그해 적어도 400만 원을 DC형 계정에 넣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 4천억 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DB형은 45.7%, DC형은 28.2%, IRP는 26.1%였습니다.

최근에는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DC형과 IRP의 비중도 커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운용하던 퇴직연금에서, 가입자가 직접 확인하고 선택하는 퇴직연금으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옮겨가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오랫동안 예·적금처럼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 위주로 운용돼 왔고, 지금도 적립금의 대부분이 이런 상품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만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과 IRP는 DB형보다 펀드·ETF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높습니다. 이러한 운용 방식의 차이는 수익률에도 나타났습니다. 2025년 연간 수익률은 DB형 3.5%, DC형 8.5%, IRP 9.4%였습니다. 특히 DB형은 적립금의 91.9%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운용되는 등 보수적인 운용이 이어졌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차이는 해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리금보장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대신, 물가가 오르는 속도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실적배당상품은 시장이 좋을 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이 나쁠 때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상품이 무조건 낫다는 결론이 아닙니다. 퇴직연금이 회사가 알아서 관리해 주는 돈에서, 가입자가 자신의 기준으로 확인하고 선택해야 하는 돈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퇴직하면서 발생한 퇴직급여는 한도윤 씨가 지정한 본인 명의 IRP로 이전됩니다. 새로 이직하는 회사의 DC형 계정으로 자동으로 넘어가지도, 월급통장으로 바로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IRP는 개인형퇴직연금입니다.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내 이름의 계좌에서 이어 관리하도록 만든 계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도윤 씨에게 IRP는 퇴직한 전 직장의 퇴직급여를 받아 두는 곳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이직하면, 다음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도 같은 IRP로 이어 받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한도윤 씨처럼 이미 세액공제용 IRP가 있다면 새 계좌를 무조건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그 계좌를 퇴직급여 수령 계좌로 활용할 수 있는지 금융회사와 회사에 확인하면 됩니다.

퇴사 전에는 먼저 퇴직급여를 받을 IRP를 정합니다. 기존 IRP를 쓸 수 있다면 그 계좌를 확인하고, 없다면 새로 만듭니다.
그다음 회사가 요구하는 IRP 계좌확인서 등 필요한 서류와 제출기한을 확인해 회사에 계좌 정보를 전달합니다. 이 단계가 늦어지면 퇴직급여 지급 절차도 늦어질 수 있으므로, 퇴사일이 정해지면 가능한 한 먼저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퇴사일에는 회사와 한도윤 씨의 근로관계가 끝납니다. 회사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한도윤 씨의 근속기간과 임금 내역을 반영해 15년 동안 쌓인 퇴직급여를 최종 산정합니다.
퇴사 후에는 전 회사가 산정한 퇴직급여가 한도윤 씨의 IRP로 이전됩니다. 퇴직급여는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면, 새 입사일을 기준으로 새로운 퇴직급여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새 회사의 퇴직연금 규약에서 정한 시기와 주기에 따라 한도윤 씨의 DC형 계정에 부담금이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본인이 지정한 IRP로 이전되지만, 모든 퇴직급여가 반드시 IRP로 이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미 만 55세 이후에 퇴직하고, 본인이 일반계좌로 받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퇴직급여를 IRP를 통하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급여가 300만 원 이하처럼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도 IRP 이전 예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사망해 퇴직급여를 받는 경우나, 퇴직 후 국외로 출국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퇴직급여를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처럼, 퇴직급여 가운데 일부를 바로 써야 할 법정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상환에 필요한 범위에서 IRP 이전 예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도윤 씨처럼 30~50대에 이직하면서 전 직장에서 쌓인 퇴직급여를 받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기본 흐름은 여전히 같습니다.



네, IRP로 받은 퇴직급여도 계좌를 해지해 일시금으로 받아 바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IRP를 해지해 인출하게 되면 퇴직급여가 이전될 때는 떼지 않았던 퇴직소득세를 떼고 나머지를 받게 됩니다.
이직을 하면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든지, 대출 상환처럼 당장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겨 IRP를 해지해서 사용하는 것이 나쁜 선택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이 결정을 하기 전에 IRP에 남겨 두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꺼내 쓰는 대신 IRP에 남겨 관리하면, 한도윤 씨에게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생깁니다.

한도윤 씨가 전 직장에서 15년 동안 쌓은 퇴직급여를 IRP에 두면, 나중에 새 회사를 떠날 때 받는 퇴직급여도 같은 계좌로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은 바뀌어도 퇴직급여를 내 이름의 계좌에 모아 관리할 수 있죠.
이렇게 모인 돈은 앞으로의 노후자금이 됩니다. 이직할 때마다 새로 받은 목돈으로만 보는 대신, 여러 직장에서 쌓은 퇴직급여가 하나의 자산으로 노후 준비를 하게 되죠.

퇴직급여가 IRP로 들어올 때는 퇴직소득세를 바로 떼지 않습니다. 세금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꺼내 받을 때까지 납부 시점을 미루는 것입니다. 이를 '과세이연'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퇴직급여가 1억 원이고 계산된 퇴직소득세가 3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세금을 뺀 금액을 받지만, IRP로 이전하면 퇴직급여 1억 원을 계좌 안에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당장 납부하지 않은 세금에 해당하는 금액도 함께 운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퇴직급여를 당장 쓰지 않고 IRP에 두었다가 연금으로 받으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퇴직급여분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법상 연금수령 요건과 한도를 지켜 받는 경우, 실제 연금수령 연차에 따라 다음 비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70%는 퇴직급여의 70%를 세금으로 낸다는 뜻이 아닙니다. 해당 금액을 일시금으로 받았다면 낼 퇴직소득세가 100만 원인 경우, 연금 실제 수령 연차가 10년 이하일 때는 70만 원을 낸다는 뜻입니다. 10년 초과 20년 이하일 때는 60만 원, 20년 초과일 때는 50만 원이 적용됩니다.
연금을 오래 나눠 받을수록 세금이 줄어듭니다. 연금 실제 수령 연차가 10년 이하일 때는 퇴직소득세를 30%, 10년 초과 20년 이하일 때는 40%, 20년 초과일 때는 50% 감면해 줍니다. 이 감면은 퇴직급여에만 적용됩니다. 내가 따로 넣은 돈이나 굴려서 번 수익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퇴직급여가 들어 있는 IRP는 만 55세부터 연금 개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금 47세인 한도윤 씨라면 약 8년 뒤부터 가능하겠죠.
55세가 되면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고, IRP를 가입한 금융회사에 연금으로 받겠다고 신청해야 합니다. 다만 만 55세가 됐다고 해서, 계좌에 있는 돈을 한꺼번에 찾아도 연금으로 받을 때의 세금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씩 나눠 받는지도 중요합니다.
세법에서는 한 해에 세금 혜택을 받으며 꺼낼 수 있는 금액을 정해 두는데, 이것을 '연금수령 한도'라고 합니다. 이 한도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금액이 아니라, 계좌에 있는 돈과 세법상 연금수령 연차에 따라 계산됩니다.
연금 개시를 신청할 때, 금융회사에서 자신의 연금수령 한도를 확인하고, 생활비로 얼마씩 받을지 함께 정하면 됩니다.
따라서 한도윤 씨의 선택은 "지금 해지할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계좌를 유지한다면, 연금 개시 전까지 어떻게 운용하고 이후에는 얼마씩 나눠 받을지도 함께 계획하게 됩니다.
한도윤 씨는 이번 이직으로 두 종류의 퇴직연금을 관리하게 됩니다. 지금 회사에서 퇴직하면서 받을 퇴직급여는 IRP에서 이어 관리하고, 새로운 회사에서는 DC형 계좌에 새로운 퇴직급여가 쌓입니다. 두 계좌는 별개지만, 한도윤 씨의 노후를 준비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는 함께 살펴볼 돈입니다.
이직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복잡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퇴직급여를 당장 써야 하는지 정하고, 남겨 둘 돈은 어떤 계좌에서 어떻게 관리할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퇴직급여는 이직 때 정산되는 돈이지만, 그때마다 모두 써야 하는 돈은 아닙니다. IRP에 남겨 이어 관리하면, 여러 직장에서 쌓은 퇴직급여가 앞으로의 노후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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