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 · 국민연금

나의 국민연금, 배우자와 자녀도 받을 수 있을까?
등록: 2026.10.01



국민연금이라고 하면 보통 은퇴한 뒤 받는 노령연금부터 떠올립니다. 내가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고, 나이가 되면 매달 받는 노후의 생활비라는 이미지가 가장 익숙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한 사람의 노후에만 연결되는 제도는 아닙니다. 배우자와 함께 살아온 시간, 가족을 돌보며 일을 쉬었던 기간, 갑작스러운 가족관계의 변화도 국민연금과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뒤에는 당장 처리할 일이 많습니다. 장례와 상속, 주거와 자녀 문제, 재산분할 등과 같은 눈앞의 일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국민연금은 나중에 생각할 일처럼 밀려나기 쉽죠. 하지만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유족연금, 이혼했다면 분할연금 등 살펴야 할 국민연금 제도가 있습니다.
유족연금은 일정한 가입·수급 요건을 충족한 유족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연금이고, 분할연금은 혼인기간 동안의 기여를 인정해 이혼한 배우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돕기 위한 제도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배우자와 사별했다면 배우자가 남긴 국민연금이 남은 가족의 생활에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이혼했거나 이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결혼생활 동안 함께 쌓인 국민연금이 노후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편이 남긴 통장과 보험서류를 정리하다 국민연금 가입내역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유족연금은 사망한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연금 수급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던 가족의 생활을 보완하기 위한 연금입니다.
다만 배우자가 사망했다고 자동으로 지급되지는 않습니다. 사망한 배우자의 가입기간과 보험료 납부 이력, 남은 가족의 수급요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최진희 씨처럼 사망한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라도, "가입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받을 수 없겠구나"라고 먼저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망한 배우자의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이미 노령연금을 받고 있었다면 유족연금 대상인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장애등급 2급 이상인 장애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도 유족연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입기간이 10년이 안 되었더라도 보험료를 낸 기간이 가입 대상 기간의 3분의 1 이상이거나, 사망 전 5년 중 3년 이상 보험료를 냈다면 유족연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 가입 대상 기간 중에서 체납 기간이 3년 이상이면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유족연금은 단순히 사망 여부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유족연금은 사망 뒤 가족이 지분대로 나누어 받는 상속재산과는 다릅니다. 자녀가 있다면 "배우자와 자녀가 연금을 나눠 받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유족연금은 법에서 정한 순서에 따라 우선순위가 높은 유족 한 사람이 먼저 받는 연금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해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자녀, 부모 순으로 다음 수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최진희 씨처럼 남편이 사망했을 때에는 배우자인 최진희 씨가 먼저 유족연금을 받게 됩니다. 만약 유족연금 수급자가 2명 이상이라면? 모든 수급자가 같은 금액을 나눠 받습니다.




유족연금 예상 수령액은 사망한 배우자의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에 적용되는 비율이 달라집니다. 유족연금은 사망한 배우자의 가입기간이 길수록 적용되는 비율도 높아지는데,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의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50%, 20년 이상이면 60%를 기준으로 합니다.
실제 월 수령액은 사망한 배우자의 소득 이력과 가입기간, 부양가족연금 대상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최진희 씨의 경우 남편이 2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했고, 19세 미만인 딸이 있으므로, 최진희 씨는 남편의 기본연금액과 함께 부양가족연금을 더해 유족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유족연금은 받을 수 있는 사유가 생겼다고 자동으로 입금되지 않습니다. 유족이 국민연금공단에 직접 청구해야 합니다.
유족연금은 원칙적으로 사망일로부터 5년 안에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장례와 상속, 은행·보험 업무를 정리하는 동안 신청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수급 대상 여부와 청구기한만큼은 먼저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유족연금 대상인지와 청구기한을 확인했다면, 다음은 실제 신청 준비입니다.
처음에는 서류 이름이 낯설어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사망 사실을 확인할 서류, 고인과 가족 관계임을 보여주는 서류, 연금을 받을 통장만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으면서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하고,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을 시작하면 연금이 끊기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들 수 있습니다.

배우자인 유족연금 수급자는 처음 3년 동안 소득과 관계없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프리랜서 일을 해도 계속 지급되죠.
최진희 씨처럼 갑자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에게 이 기간은 큰 숨을 돌리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가계 소득을 다시 마련하고, 자녀를 돌보면서 일을 계속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족연금을 받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면 지급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배우자인 수급자가 법에서 정한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면, 일정 나이에 이를 때까지 유족연금 지급이 잠시 멈출 수 있습니다.

지급이 다시 시작되는 나이는 출생연도에 따라 다릅니다. 1952년 이전 출생자는 55세, 1953~1956년생은 56세이며, 이후 4년 단위로 한 살씩 늦춰져 1969년생부터는 60세가 됩니다.
여기서 지급정지가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정 기간 동안 지급이 잠시 멈출 뿐이며, 해당 나이에 이르면 계속 일을 하며 소득이 있더라도 유족연금을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돌아가신 배우자의 25세 미만 자녀를 실제로 부양하고 있거나, 수급자 본인이 법에서 정한 장애 상태에 해당한다면 지급정지 예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유족연금이 배우자의 사망 뒤 남은 가족의 생활을 돕는 제도라면, 부부관계가 이혼으로 끝난 경우에는 어떨까요?
국민연금은 각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가입하고 보험료를 냅니다. 하지만 결혼생활 중에는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육아·가사·돌봄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혼 뒤에는 그 시간이 노후소득에 얼마만큼 기여를 할 수 있을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때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분할연금입니다. 분할연금은 이혼한 사람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 가운데, 혼인기간과 겹치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누어 받는 제도입니다.
다만 전 배우자가 받는 연금 전체를 무조건 절반 받는 것은 아니라, 결혼 전이나 이혼 후 전 배우자가 혼자 쌓은 가입기간은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 배우자의 가입기간이 길고, 그중 혼인기간과 겹치는 가입기간이 길수록 분할 대상이 되는 연금도 커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반대로 혼인기간과 겹치는 가입기간이 짧다면, 전 배우자의 전체 연금액이 커도 실제 분할연금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전 남편은 작년부터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혼한 지는 오래됐지만, 함께 산 기간이 길었어요.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오민숙 씨처럼 전 배우자가 현재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서 오민숙 씨가 바로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민숙 씨의 전 배우자가 이미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조건 하나를 갖춘 셈입니다. 여기에 오민숙 씨 본인도 출생연도별 분할연금 수급연령에 도달해야 하고, 전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실제 혼인기간과 겹치는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혼인기간은 어떻게 따질까요? 혼인신고를 유지한 기간을 모두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류상 부부였더라도 별거나 가출 등으로 실제 함께 살지 않았던 기간은 분할 대상 기간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분할연금은 부부가 함께 생활하며 일군 몫을 나누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도 2016년 12월, 실제로 같이 살지 않은 기간까지 혼인기간에 넣는 것은 이런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후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오민숙 씨가 위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면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분할연금의 금액을 가늠하려면 전 배우자의 전체 연금액보다, 혼인기간과 겹치는 가입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 배우자가 국민연금에 30년 가입했고, 그중 혼인기간과 겹치는 가입기간이 20년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전 배우자가 매달 노령연금 150만 원을 받고 있다면, 30년 중 20년에 해당하는 연금은 약 100만 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별도 협의나 법원의 판단이 없다면 그 절반인 약 50만 원을 분할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혼을 마쳤다고 해서 분할연금을 바로 받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이혼한 지 오래됐다고 해서 이미 늦었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분할연금은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본인도 출생연도별 분할연금 수급연령에 도달하는 등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춘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혼한 날짜가 아니라, 모든 수급요건을 갖춘 날이 언제인지입니다. 모든 요건을 갖춘 날부터 5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혼 당시 아직 본인이 수급연령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혼일로부터 3년 안에 분할연금 선청구를 해둘 수 있습니다.
선청구는 지금 당장 연금을 받겠다는 신청이 아닙니다. 나중에 본인과 전 배우자가 수급요건을 갖췄을 때 분할연금을 받겠다는 의사를 미리 등록해 두는 절차입니다.

이혼 당시에는 연금이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인기간이 길고 본인의 가입기간이 짧다면, 이혼 절차를 마친 뒤 선청구 가능 여부부터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혼 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거나, 전 배우자의 건강과 사망 문제를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분할연금도 달라지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미 분할연금 수급권이 생긴 뒤에는 재혼이나 전 배우자의 사망이 곧바로 연금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또한 본인이 노령연금을 받게 되더라도 분할연금은 그대로 유지되며, 두 연금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유족연금은 재혼하면 수급권이 사라질 수 있지만, 분할연금은 이미 인정된 본인의 노후소득이기 때문에 분할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재혼하더라도, 재혼 자체만으로 분할연금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오민숙 씨가 전 배우자와 이혼한 뒤 분할연금을 받고 있다가 몇 년 후 재혼하더라도, 이전 혼인기간을 기준으로 인정받은 분할연금은 계속 받을 수 있습니다.

전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더라도, 이미 분할연금 수급권이 생겼다면 분할연금은 계속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수급권이 생기기 전에는 다릅니다. 본인이 분할연금 수급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전 배우자가 사망해 노령연금 수급권이 사라지면, 분할연금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분할연금을 받던 본인이 사망하면 지급은 끝납니다. 분할연금은 집이나 예금처럼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나 다른 가족에게 상속되어 대신 이어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민숙 씨가 분할연금 수령 전에 먼저 사망하게 되면 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하기 이전의 연금이 지급됩니다.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뒤에는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필요하고, 생활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당장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유족연금이나 분할연금은 앞으로의 생활비를 생각할 때 한 번쯤 확인해 볼 수 있는 항목입니다. 상속, 재산분할, 주거 문제처럼 눈앞의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연금은 나중으로 미루기 쉽지만, 신청이 필요한지와 언제까지 확인해야 하는지는 미리 알아두는 편이 마음이 조금 편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를 잃은 경우에는 유족연금이 가능한지, 이혼한 경우에는 분할연금 대상이 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각자의 가입기간과 혼인기간, 나이, 다른 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혼자 판단하기보다 국민연금공단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확인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서류와 신청 시점부터 하나씩 확인하면서, 내 생활에 필요한 지원과 권리를 놓치지 않도록 챙겨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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