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 연금 총론

부족한 노후연금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등록: 2026.08.25
부족한 노후 월급,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은퇴하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야지." 그런데 최근 정년까지 남은 시간을 손가락으로 세어보다가, 문득 서늘해졌습니다. 그 "은퇴하면"이 이제 코앞인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노후에 한 5억은 있어야지! 어디서 들어본 말 같기도 하고,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 지방에 사는 사람, 자가로 사는 사람과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 자녀가 아직 학교 다니는 사람과 이미 독립시킨 사람, 다들 상황이 다를 것인데 정말 똑같이 "5억"이 필요할까요?
사람마다 필요한 생활비도, 자산도, 가족 상황도 다른데 하나의 총액으로 노후 준비 여부를 판단하는 것부터가 이상한 겁니다.
게다가 흔히 목표로 삼는 "5억"이라는 숫자가 과연 맞는 건지, 5억이라는 숫자도 막상 계산해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소진됩니다.
월 생활비 300만 원 기준으로 5억 원은 약 14년이면 바닥나 60세에 은퇴한다는 가정하에 경제수명이 74세에 그치는데,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83세 안팎입니다.
5억을 노후 대비로 준비해 놓은 사람이 평균 수명인 83세까지 산다면, 돈은 이미 74세에 다 쓰고 9년을 더 살아야 하는 셈입니다.



노후 자금으로 "5억 원을 모으겠다" 같은 자산 목표를 세운다면 말이 5억이지 부동산을 제외한 순수 금융자산만으로 5억을 모으는 건 웬만한 직장인에게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닙니다.
월급 받아 생활하고, 자녀 키우고, 대출 갚아가며 순수 금융자산으로 5억을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숫자 앞에서 "나는 저기까지 못 가겠다"라는 무력감부터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설령 이 5억을 힘들게 다 모았다 해도, 그 돈을 어떻게 인출해서 쓰느냐에 따라 또 다른 문제가 남습니다. 목돈은 연금과 달리 "얼마를, 언제, 어떻게 꺼내 쓸지"를 전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의 부담은 크게 세 가지 위험으로 나타납니다.

노후 자금 5억을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이자로 생활하기로 했다면, 만기 전 해지하면 약정이자보다 덜 받을 수 있어 정해진 기한 전에 빼서 쓰기 어려워집니다. 목돈을 주식·펀드 등에 한꺼번에 넣어뒀다면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수도 있죠. 써야 할 때와 팔기 좋은 때가 어긋나는 위험이 있습니다.

예금이나 채권으로 굴리는 돈은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소득도 함께 줄어듭니다. 5억이라는 총액은 그대로여도, 거기서 매달 나오는 소득은 금리에 따라 들쭉날쭉해집니다.

무엇보다 목돈은 연금처럼 평생 지급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매달 얼마씩 꺼내 쓰다가 예상보다 오래 살면, 계획보다 먼저 자산이 바닥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세 위험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목돈 5억은 "모으는 것"과 "쓰는 것" 사이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5억이라는 목표는 모으기도 벅찬데, 막상 다 모아도 이 세 가지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입니다.

반면 "월 300만 원"처럼 노후 소득을 목표로 세우면, "이 중 150만 원은 국민연금, 100만 원은 퇴직연금, 50만 원은 연금저축" 식으로 구체적인 조달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평생 지급되니 장수 위험에서 자유롭습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도 수령 방식을 미리 정할 수 있다는 게 강점입니다. 월, 분기, 반기, 연 단위 중 골라서 받을 수 있고,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그 주기도 조정할 수 있어요.
세금 계산 편의를 생각하면 연 단위로 계획해두는 걸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쪽을 고르든 핵심은 인출 시점을 스스로 설계하고 필요하면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 가지 위험(장수·수익률·인출) 중 앞의 두 가지는 이 구조 덕분에 크게 줄어들고, 나머지 하나인 인출 계획도 이렇게 미리 세워두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됩니다.


은퇴하면 지출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 틀린 말은 아닙니다. 출퇴근 교통비, 점심값, 그리고 직장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나가던 인적 교류 비용만 빠져도 매달 40~50만 원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은퇴 시점이 자녀 교육비 부담이 줄어드는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도 많죠.
문제는 이 감소분과 비슷한 크기로 늘어나는 지출도 있다는 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비는 서서히 늘고, 그동안 미뤄뒀던 취미 활동이나 부부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여가비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출이 반으로 줄겠지"라는 낙관적인 계산보다는, 현역 시절 소득의 60~80% 수준을 목표로 잡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이준호 씨의 경우 현재 실수령액이 월 500만 원이라면, 60% 기준 월 300만 원, 80% 기준 월 400만 원이 은퇴 후 목표 생활비가 됩니다. 이 숫자를 가지고 "이 정도 돈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이때 유용한 기준이 고정비와 변동비의 구분입니다. 고정비는 통신비·보험료·식비처럼 매달 거의 같은 금액으로 나가고, 외식·여가·여행·경조사비처럼 그 달의 상황에 따라 늘고 줄 수 있는 지출이 변동비입니다. 지출을 이 기준으로 나눠보면 두 가지 기준선이 뚜렷해집니다.
이준호 씨처럼 월 300만 원을 목표로 잡았다면, 먼저 그 300만 원이 어느 정도의 생활 수준을 의미하는지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정비의 합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생활비'로, 고정비에 변동비를 더한 금액은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적정 생활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재 지출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눠 살펴보면, 그동안 막연했던 노후 목표 금액을 훨씬 현실적인 수치로 정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자금을 다른 기준으로 나눠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매달 꾸준히 나가는 생활비, 그리고 해외여행이나 자녀 결혼처럼 몇 년에 한 번 목돈으로 나가는 이벤트 비용입니다.
질병·사고처럼 예측이 안 되는 지출은 보험으로 대비하고, 자녀 교육비·결혼자금처럼 시기와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지출은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게 현실적입니다.

그럼 매달 나가는 생활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1인 기준 최소 생활비는 월 140만 원 안팎, 부부 기준으로는 월 220만 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생존에 필요한 최소 생활비만 목표로 삼으면, 이준호 씨가 바랐던 것처럼 취미 생활을 즐기는 여유로운 은퇴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적정 생활비가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부부라면 '우리 부부는 월 300만 원이면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하고 싶은 여행·취미·모임까지 누릴 수 있을까?'라든지, 1인 가구라면 '나는 혼자 살면서 얼마가 있어야 기본 생활비와 함께 나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해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직접 답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에서도 50세 이상 중고령자 중 자신에게 필요한 노후 생활비를 실제로 계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7.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그 기준치를 자기 삶에 대입해 보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셈입니다.



노후 준비를 어렵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각각의 자산을 따로따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퇴직연금은 퇴직연금대로, 연금저축은 또 따로, 투자는 투자대로 흩어져 있다 보니 전체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죠.
실제로 은퇴가구의 소득을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은퇴 후 소득은 공적·사적 연금소득, 근로소득, 자산소득, 가족으로부터의 이전소득처럼 여러 갈래 소득원이 섞여 있는 구조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자산보다 중요한 건 꼬박꼬박 입금되는, 즉 월급처럼 들어오는 현금흐름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자가를 소유하고 있다면 주택연금도 활용하고, 투자·기타 자산까지 더해 매달 일정한 '노후 월급'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예를 들어 보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소득을 모두 합치면, 노후의 실제 월급은 월 270만 원이 됩니다. 만약 노후에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면, 30만 원의 소득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죠.
이렇게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소득원을 추가해 그 빈틈을 보완하면 됩니다.


앞에서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눠봤던 것처럼, '노후 월급'도 같은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공적·사적연금으로 고정생활비를 충당하고, 변동생활비는 연금 외 자산으로 보완하는 구조죠.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들어오는 날짜에 맞춰 공과금이나 통신비 같은 지출이 빠져나가도록 해두면, 기본적인 고정비는 국민연금으로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은 각자의 규모에 맞춰 구체적인 사용처를 정해두면, 노후 자금 전체를 훨씬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연금을 조합해 나만의 '노후 월급'을 만들어가는 설계, 한 번 시작해 보면 그동안 막막했던 노후 준비도 조금씩 구체적인 그림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출발점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내가 어떤 연금에 가입되어 있는지, 그리고 각각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것,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공단의 '내연금 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고,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별정우체국연금 같은 직역연금까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가입한 퇴직연금과 개인적으로 가입한 개인연금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흩어져 있던 연금의 윤곽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의 종류와 회사명, 상품명, 연금 개시 예정일, 적립금 평가액, 예상 연금액 등을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연금'의 전체적인 윤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연금만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노후 생활비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지, 그 여부까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통합연금포털이 유용한 건 단순 조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금 개시 시점부터 90세까지, 연도별로 예상 수령액이 얼마인지 표로 한꺼번에 보여줍니다. 여기서 개시 시점이나 수령 기간을 다르게 가정해 보면, 그 조건에 따라 월 지급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바로 다시 계산해 볼 수 있는 모의계산 기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65세부터 20년간 받는다"와 "68세부터 15년간 받는다"를 각각 넣어보고 결과를 비교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산출한 결과는 화면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엑셀 파일로 내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정을 다르게 바꿔서 여러 번 계산한 뒤, 그 결과들을 각각 엑셀로 저장해두면 나중에 비교하기가 훨씬 편합니다. 배우자의 연금 정보를 함께 등록하면 가족 단위로 합산한 그림도 볼 수 있어서, 이준호 씨 혼자만이 아니라 부부의 노후 자금 전체를 한 화면에서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준호 씨도 이 기능을 이용해 직접 숫자를 확인해 봤습니다. 국민연금 개시를 65세로, 퇴직연금을 10년 분할로, 연금저축을 65세부터 20년으로 설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부부의 노후 월급은 약 230만 원으로 나왔습니다. 3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월 70만 원이 모자란 셈이었죠. 이런 경우라면 4층의 역할을 해줄 자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 차이를 확인하는 순간, 질문은 바뀝니다. "내 자산이 얼마나 있나"가 아니라, "이 자산들을 어떻게 굴려야 매달 노후 월급으로 만들어질까"로요.
연금도, 예·적금도, 투자자산도, 부동산도—그냥 놔두면 각자 따로 잠자는 돈일뿐입니다. 이제 필요한 건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 내 국민연금·퇴직연금·연금저축 예상 수령액을 조회해 보고, 매달 얼마가 부족한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준호 씨처럼 숫자로 확인하는 순간, '얼마나 있나'라는 막연한 질문이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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