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해진 오후 2시, 잠시 스마트폰의 MTS의 주식시세를 확인한다.
 
관심 종목을 살펴보다가 마침 사고 싶었던 B 기업의 주가가 딱 사고 싶은 가격에 들어온 걸 확인했다. 내년 실적 전망과 최근 이어오는 외국인 매수까지 생각하면 찬스란 생각이 들었다.
 
‘시장 분위기 봐서 오후에 조금 더 내려갈 수 있으니 여유 있게 매수 주문을 넣어 놔야지’라고 생각하고 현재가인 10,500원보다 낮게 10,000원에 주문을 넣었다.
 
다시 업무로 복귀해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3시 40분이다.

아까 넣은 주문이 체결되었나 궁금해 MTS를 열었더니

50원 차이로 체결이 안 됐다. 아쉽지만 ‘내일 사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B 기업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라도 내일 B 기업의 주가가 오늘보다 더 오르리란 건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밀려오는 속상함에 혹시 체결되지 않았나 주문체결내역을 다시 봐도 역시나였다.
 
50원 싸게 사겠다고 큰 수익을 놓친 것 같은 허탈함이 있었지만 ‘시장이 마감된 뒤라 어쩔 수 없지’라는 위안하며 컴퓨터를 꺼버렸다.

주식 시장이 시작되기 전이나 마감 후 급하게 팔아야 할 종목이 있다거나, 살 종목이 있었는데 놓쳐서 아쉬웠던 경험, 모두 한 번씩 있을 겁니다.
 
매매의 타이밍을 놓쳤다고 다음날 정규장이 열리기까지 기다려야만 할까요?

동시호가 거래

주식시장은 장 시작 전과 마감 전에 주문이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의 안정성과 체결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완충지대인 동시호가 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매수의 경우에는 가격을 높게, 매도의 경우에는 가격을 낮게 주문한 순서와 많은 수량의 주문을 반영해 가격과 체결이 이루어집니다.

 
세 명이 동시호가 거래를 위해 아래와 같이 주문을 넣었습니다.

어떤 순서로 체결될까요?

예를 들어
호재가 나와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규시간에서도 더 올라갈 것 같다 생각이 들면 가격을 최대한 높이 써서 주문을 체결시키는 겁니다. 하지만 가격을 높이 쓰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물량을 덜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매도의 경우에도 더 하락할 것 같아 빠르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가격을 최대한 낮게 주문하면 됩니다.

개장 전 동시호가에 넣은 주문은 체결되지 않더라도 그대로 유효하기 때문에 주문을 유지한 채 시세 흐름을 지켜볼 수 있지만, 정정 또는 취소를 통해 시세를 맞춰 가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장 마감 동시호가가 체결이 안 되었다면 매매 주문은 자동 취소가 되기 때문에 장후 시간 외 종가 거래나 시간 외 단일가 거래를 통해서 체결 안 된 주문을 다시 넣어야 합니다.
 

시간외 종가 거래

시간외 종가 거래는 장전과 장후로 나뉩니다.

장전 시간외는 전일 종가로, 장후 시간외는 당일 종가인 단일가로 거래됩니다.
 
시간외 종가 거래는 잔량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내가 사고 싶어도 매수 잔량만 있게 되면 살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팔고 싶어도 매도 잔량만 있게 된다면 매도가 될 수 없죠.

예를 들어
위와 같이 시간외 거래에서 매수 잔량만 3만 주 넘게 남아있는 경우, 매수 주문을 넣어도 거래가 힘듭니다.
 
시간외 종가 거래는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먼저 주문 낸 순서대로 체결이 되며 해당 시간대에 체결이 안 되면 자동으로 주문이 취소가 됩니다. 정규 거래에서 미처 처리되지 못했던 부분을 정리하거나, 오늘 장 동향이나 내일의 장 흐름까지 고려하면서 시간 외 매매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시간외 단일가 거래

이때는 들어온 주문에 따라 호가가 움직이기 때문에 동향을 보면서 매매를 할 수 있습니다.

거래 가능한 매도와 매수 호가를 반영해서
   - 10분마다 거래가 이루어지며,
   - 종가의 10%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시간외 단일가도 정규장과 같이 가격-시간-수량의 원칙으로 가격이 체결되며, 시간외 단일가 시간 내에 체결되지 않으면 당일 취소됩니다. 보통의 경우 당일의 시장 분위기가 많이 반영되어, 상승세로 마감한 날은 대체로 시간외 단일가 매매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시간외 단일가 매매의 예를 보면 정규시장과 비슷하게 호가에 맞춰 주문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 시간대에 유럽 시장이 개장되고 미국 시장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는 나스닥 선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보니 이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면 시간 외 단일가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높죠. 또한, 장 마감 후에 나온 개별 기업의 뉴스나 실적 발표에도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선물이 하락해서 다음 날 국내 시장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시간외 단일가로 서둘러 정리를 했는데, 미국 시장이 장 중에 반등해서 마감했다고 하면 오히려 서둘러 시간외 단일가 매매로 주식을 정리한 게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간외 매매는 정규장에 바빠서 놓친 매매를 보완하는데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촉박해서 급한 매매를 해서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매매 결정에 있어 충분한 생각보다 즉흥적인 면이 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너무 빠른 매매의 결정은 오히려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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